주요 내용으로 건너뛰기

[Fate 캐쿠골트-주종반전] 불과 노을

서번트 마스터 체인지-캐쿠서번트. 골트마스터(원래는 캐쿠 마스터 골트가 서번트임)

그녀는 그를 소환했다.


“아아 이거 곤란한 마스터네”

조용히 책을 읽는 소녀에게 불쑥 커다란 손이 난입해 읽던 책을 들어올린다. 그와 함께 골몰히 책을 보던 푸른 눈동자가 자신이 읽던 책을 들어 올린 그- 캐스터에게 향한다.

드디어 시선을 얻었다는 듯 씨익-시원한 웃음이 소녀의 눈동자에 채워진다.

“마스터 지금 날이 좋아”

따분한 책 따윈 던져버리고 나가자고 그는 그녀에게 권유한다. 그의 권유에 아무 말 없이 소녀는 몸을 일으킨다. 터벅-조금은 조용한 발걸음이 웃는 그를 지나쳐 책장 쪽으로 향한다. 그리고 얇은 손가락이 가만히 책장에 내려와 빼앗긴 책 대신 다른 책을 고르다 이번에는 제법 두꺼운 책을 뽑아들었다.

“...어이”

조금은 불만이 섞인 목소리가 소녀의 등 뒤로 들린다. 아마도 그의 눈동자 색과 같이 약이 올라있을 것이다. 소녀는 불만에 싸인 자신의 서번트를 무시한 채 아까 앉은 자리가 아닌 다른 창가 쪽으로 몸을 앉힌다. 그리고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한다.

“마스터”

정중하게 허나 조금은 낮게 깔려 많이 참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그의 음성이 다시 소녀를 부른다. 하지만 소녀의 푸른 눈은 여전히 책의 페이지에 고정되어 있다.

몇 번을 불러도 반응이 없자 캐스터는 크게 한번 한숨을 쉬고 손을 올렸다. 지잉-올라간 손가락에서 마력과 함께 빛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허공을 향해 그가 잘 쓰는 룬 문자를 새기기 시작한다, 한획- 한획- 선이었던 모양은 점차 글자라는 형태를 띄기 시작했다. 이제 마지막 선만 그으면 마력을 방출될 것이고 마스터의 시선을 사로잡은 저 빌어먹을 책들은 모조리 태워질 것이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지 두고 보자고. 마스터

마지막 획을 긋기 전 조금 뜸을 들이며 붉은 눈동자가 살며시 책을 읽는 소녀를 응시한다. 여전히 책으로 내려간 고개는 올려지지 않고 있었다. 분명 마력을 느끼고 있을 터 무슨 배짱인 것인지. 소녀의 무신경하다 못해 고집으로 느껴지는 자존심에 혀를 한번 찬 캐스터는 나도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마지막 한 획을 그었다. 그도 자존심이라면 한건 하는 성격이었기에 져주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더구나 권유를 무시한 이번 건은 결코 져줄 생각이 없었다. 날이 너무 좋았으니까

파앗-허공에 새겨진 빛으로 만들어진 글자가 맹렬하게 타오르며 공기 중에 번져나간다. 그의 눈동자와 같은 색은 마치 살아있는 동물처럼 움직이며 만든 이의 마음을 대변하듯 오직 책에게만 달라붙기 시작한다. 빼곡히 채워 있는 책장 속의 책을 그가 뺏어 들고 있는 손안의 책도 그리고 소녀가 들고 있는 책까지. 하얀 종이와 검은 글자가 쓰인 책이라고 일컬어지는 물체는 그가 만든 불에 의해 타기 시작한다. 소녀의 시선을 빼앗은 그것을 용서하지 못하겠다는 듯. 책을 태우는 불길이 토옥 소녀의 발 아래로 떨어진다. 허나 책만을 태우는 목적을 가진 불은 소녀의 곁에서 불길을 일렁이기만 할 뿐 소녀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못했다. 붉은 빛이 소녀의 금색 머리카락에 부딪치자 반짝-노을빛으로 빛난다. 조금은 창백한 하얀 피부가 불길의 열기에 의해 발그레 물든다. 불길들은 소녀에게 복종하듯 주위를 배회하며 춤을 춘다. 낮고 높게 부드럽고 활기차게 자신이 가진 아름다움을 소녀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자신을 보라는 듯. 여전히 손에 들고 있는 책은 맹렬히 타고 있었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 홀로 존재하는 소녀는 무척 아름다웠다. 한때 자신의 마스터였던 그의 마지막과는 다른 성스러움. 불의 여신이라고 하여도 손색이 없을 만큼 소녀는 위엄 있었고 존귀했다. 그곳에 필요한 것은 굴복의 심장을 올리는 경배하는 이. 그 역할을 자신이 하고 싶다는 충동을 억누르며 그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붉은 불은 소녀의 모든 것을 정복했지만 단지 시리도록 푸른 눈동자만큼은 빼앗지 못했다. 일렁이는 불길에도 소녀의 눈동자는 여전히 푸르렀으니까.

타닥-그녀의 눈동자를 빼앗은 책은 이제 하얀 재가 되어 아래로 떨어진다. 하지만 차가운 푸른 눈동자는 여전히 그에게 향해지지 않는다. 가만히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책이라 불리던 쌓여가는 재에게 고정할 뿐이었다. 톡-마지막 재가 손안에서 떨어진다. 그러자-

바닥에 닿았다고 생각한 재가 역류하듯 소녀의 손안으로 다시 돌아간다. 그리고 마치 거꾸로 영상을 돌리듯 바닥에 쌓인 재들이 소녀의 손안으로 모여든다. 그리고 재였던 회색의 가루들이 모이고 응집되고 형상을 만들고 하얀 종이가 되고 검은 글자들이 표면에 나타나 이윽고 타버리기 전의 책이었던 자신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연금술이었다.

책이 원래대로 돌아온 것을 확인하자 그제야 소녀의 얼굴이 그 –캐스터에게 향한다. 의기양양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아무 감정도 없는 무표정한 얼굴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분이 풀렸어?”

평온한 음성이 조용히 그에게 묻는다. 마치 그 모습이 심통난 아이를 달래는 모양새와 같아 캐스터는 할 말을 잃어버린 채 마주보는 푸른 눈동자만을 노려볼 뿐이었다. 분이라니 먼저 시작한 것은 그쪽이다만.

다시 돌려놓은 책을 접자 탁-둔탁한 소리가 거실에 울린다. 그러자 그것을 신호로 이번에는 그의 불이 태워버린 책들이 아까와 마찬가지로 다시 책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타다탁탁탁-경쾌하게 모양이 잡힌 책들이 접히며 질서 있게 책장에 꽂힌다. 자신의 마술에 자랑 할만도 하건만 푸른 눈동자는 책들에게 단 한 번의 눈길도 주지 않고 오직 자신을 마주보는 그의 눈동자만을 응시한다. 붉고 붉은 강렬한 눈동자. 자신이 소환한 그리고-

빠르게 정리되는 책들의 모습에 노려보던 붉은 눈동자가 무언가를 깨달은 듯 흔들린다.

“잠깐- 마스터!!! 그렇게 무턱대고 마력을 쓰면-!!!!!”

그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소녀의 몸이 휘청-흔들린다. 그와 동시에 캐스터의 팔이 쓰러지는 소녀의 몸을 안아든다.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가벼운 무게가 팔 안에 느껴지자 행여 날아가 버릴 것 같은 염려에 자신의 가슴 안으로 끌어당겼다. 무리했는지 불길에 의해 붉어졌던 뺨은 파리하게 변해있었다. 연결되어 있는 마력은 다행히 평온했으나 그것을 담은 육체가 엉망이었다. 얼굴이 닿아진 가슴에 미세한 숨결이 느껴졌다. 살아있다.

자신의 마스터는 약했다 정확히는 몸이. 마력의 질은 나쁘지 않았고 그를 유지시키는 것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이렇게 상당한 마력을 쓰면 몸이 견디지 못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마술을 함부로 쓰지 못하는 그녀에게 소환된 서번트가 바로 마법을 쓰는 캐스터였기에 소녀가 마술을 쓰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녀에게 오기 전 그가 다 처리해버렸으니까. 소녀가 쓰러지면 안되었기에

그녀가 사라지지면 소멸되는 이유도 한몫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살아있기를 바랬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그는 소녀가 살기 바랐다. 숨을 쉬고 움직이고 삶의 모든 것을 느끼며 행복한 모습을 보고 싶었다. 저런 가라앉은 모습이 아니라.

그래서 아까 산책도 권유한 것이었다. 너무 날이 좋았기에 . 세상의 아름다움을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즐거워하는 그녀의 모습이 보고 싶었다. 자신으로 인해서. 허나 소녀는 거절했고 거절로 인해 그는 화가 났다. 정말 어리석게도. 그녀는 거절할 권리가 있는 마스터이건만. 화를 내는 그를 소녀는 굴복시키지 않고 함께 그 감정에 응해 주었다. 그 결과 쓰러졌다. 자신으로 인해.

쓸데없는 고집을 부렸다며 소녀의 모습에 후회하는 그에게 나지막한 음성이 들린다. 소녀의 목소리였다.

“오늘 그날이야.”

얼굴을 붉힐 만도 하건만 낯부끄러운 이야기를 낫색 하나 변하지 않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나가기 싫었어―

조금 어지러운 듯 가만히 그의 가슴에 머리를 기댄다. 그러자 안심을 주는 그의 체취가 소녀를 감싼다. 그의 냄새에 소녀는 조금 더 깊게 가슴속으로 머리를 파고들었다. 분명 서번트라 체온은 자신보다 낮았을 터이건만 따뜻하게 느껴졌다. 파고든 소녀의 머리를 커다란 손이 감싼다.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기 위해 손바닥으로 머리를 받쳐주었다.

“마스터...”

미안한 음성이 소녀를 부르자 가슴속에 파묻힌 고개가 올라온다. 안심시키듯 파리한 입술이 희미하게 웃음을 띄워주었다

“다음에는 그날은 피해줘”

일명 소녀의 농담이라는 것을 아는 캐스터는 전혀 웃을 상황은 아니지만 소녀가 무안하지 않게 자신도 농이라는 반응을 내어 주었다-아 피해주지 그런데 그거 언제 끝나?

대답해 주기 않아도 될 물음이건만 그의 물음에 날짜를 세기 위해 살짝 미간이 모아진다. 그러다 어지러움에 눈을 감는다-나중에 계산해서 말해줄께. 아아, 정말로 못 말린다니까

자신의 마스터는 이런 성격이라는 것을 다시 상기한 캐스터는 살짝 한숨을 내셨다. 겉모습과 다르게 조금의 의외성-엉뚱한 면이 있었다. 차가워 보이는 인상과 달리 농담도 할 줄 알고 –문제는 듣는 상대방이 농담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었지만- 이렇게 쓸데없는 것에도 진지하게 대해주었다. 그 쓸데없는 질문을 한 이가 자신이라 그런 것이지만.

말수는 없지만 그녀만큼 자신을 인격적으로 대해 주는 이는 없었다. 서번트가 아닌 살아있는 마법을 쓰는 한 인간으로 대해주었다. 도구가 아닌 함께 전쟁을 헤쳐 나갈 전우로 인식했다. 그러기에 자신의 의견을 묻고 합의하고 무모하다고 느껴지는 의견은 반대하면서 전쟁에 참여했다. 자신을 소환한 마스터는.

아까 그냥 나가기 싫다고 하면 될 것을-마스터의 우직성에 한심함을 느끼며 캐스터는 품안의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 한마디면 되는 것을 이렇게 일을 크게 만들었다. 하지만-

소녀는 그에게 벽을 두고 있었다, 가끔 무언가를 보듯 뚫어지게 응시하다 곧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리고 그런 날은 그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가 다가오는 것을 내치지 않았지만 소녀가 그런 날 택한 방식은 내버려둠이었다. 그가 만지고 말을 걸고 행동으로 다가올 때마다 소녀는 단지 바라보았다. 거절도 긍정도 무시도 아닌 단지 시리도록 푸른 눈동자로 그를 응시할 뿐이었다. 그것 외에는 그 어떤 방응도 보여주지 않았다.

이번에는 무엇이 문제였을까.

소녀의 말대로 그날이라서 나가지 않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물론 그것도 이유 중의 하나였겠지만 그때 책을 빼앗은 자신을 보던 눈동자는 그때와 같았다. 무언가를 그리워하다 괴로움에 빠져버린 푸른색.

생각에 빠져버린 그의 얼굴에 약간은 차갑다고 느껴지는 온도가 느껴졌다. 소녀의 손이었다. 가만히 올려보던 푸른 눈동자가 미안한 감정을 띠고 그를 바라본다.

“지금은 움직이지 못하니까”

조금 힘이 드는지 웃는 얼굴이 살짝 찡그려지다 다시 말을 잇는다― 안고 간다면 나갈 수 있어

아까 자신의 거절이 심하다고 생각했는지 지금에서야 그의 권유를 받아들인다. 날이 좋으니 나가자고-

소녀의 권유에 그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예법 시간이 지났는지 푸른색의 하늘이 아까와 불길과 같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노을이 지는 거리를 산책하는 것도 운치가 있었으나 붉은 색은 이미 질리도록 보았기에 지금 나가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었다. 아까 싱그렀던 녹음을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었으니까.

“이미 늦었다고~”

나 그리 쉬운 남자아니에요-소녀와 함께 보았던 프로그램에 나오던 이의 말투를 흉내 내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자 미소를 짓던 소녀의 입술이 가냘픈 웃음을 내었다. 아 웃었다

자신의 거절에 소녀가 상처를 입으면 어떠하나-걱정하던 그의 마음과 달리 소녀는 그의 뜻을 받아들인다. -그래 나가지 말자.

“ 대신- ”

웃는 소녀의 몸을 고쳐 안는다. 그리고 이제 붉게 물든 창가 쪽에 소녀를 안고 자리를 잡는다. 붉은 빛이 캐스터의 하늘색 로브에 내려앉았다. 함께 품안의 소녀도 물든다. 노을빛에

“이렇게 구경하자고”

소녀가 편히 볼 수 있도록 자신의 품으로 끌어 앉으며 기대게 한다. 등 뒤에 느껴지는 체온에 안심이 되는지 소녀의 푸른 눈동자가 평온한 빛을 띄었다. 한곳을 향해 두 눈동자가 같이 바라본다. 붉고 금색으로 가득찬 하늘. 그와 그녀의 빛깔.

“아까 그 불이 더 예뻤어”

조금은 멍해진 푸른 눈동자를 여전히 하늘로 고정시키며 중얼거리듯 나지막하게 말한다. 보지 않은 줄 알았는데.

“봤던 거야?”

그녀와 마찬가지로 그의 눈동자도 하늘에 고정시키며 묻는다. 그러자 하늘을 보던 푸른 눈동자가 그에게로 향한다. -아아 그렇게 날뛰는 데 못 보는 것이 이상하잖아

불과 같은 빛깔의 눈동자가 그녀의 말에 아래로 내려온다. 그러자 그를 향해 웃는 그녀가 가득 그의 눈동자에 담긴다. 노을빛에 가득 쌓여 빛나는 불의 여신. 아까와 다른 점은 그를 향해 웃고 있다는 것.

자신에게 미소지어주는 불의 여신에게 그는 아까하지 못한 경배를 올리기 위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올린 손등에 입을 맞춘다. 붉게 새겨진 선이 노을빛에 선명하게 빛난다. 그것조차 빛이라는 듯.

자신은 서번트고 그녀는 마스터였다.

그리고 지금은 불의 여신이었다. 지금만큼은 자신에게 웃고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소환 당했다.


-------------------------------

마스터와 서번트 체인지물

골트-마술사, 쿠훌린-캐스터

홍냔님의 주종반전그림을 보고 쓴 글입니다. 무척 재미있게 본 주제라 허락을 받고 저도 써보았습니다. 역시 재미있네요. 홍냔님 허학 감사합니다!!!!

아래는 간단한 설정 비슷한 것. 설정이라 반말입니다 허허

원래 서번트였던 설정대로 몸이 약함. 마력은 보통. 허나 조금만 무리하면 피토하기 발동. 아울러 원작대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음. 연인의 머리카락이 푸른색, 소환한 쿠훌린의 머리색이 푸른색이라 연인이었던 그가 떠올라 난감해 함. 그래서 쿠훌린이 다가오면 그가 아닌 연인을 생각해버리는 자신의 모습에 환멸을 느낌. 누군가의 대체품으로 본다는 것은 한 인간의 본질을 무시하는 것이기에 죄라고 생각함. 허나 자꾸 쿠훌린을 보면 연인이 생각남. 그래서 괴로움, 쿠훌린에 대한 감정은 사랑이나 그것을 연인의 대용품으로 인한 감정이라고 여겨 무시. 마스터인 골트의 존재는 클론. 호문쿨루스가 아닌 과학으로 만들어진 클론. 그래서 몸의 구성력이 약함. 원본은 외계문명이지만 여기서는 비틀어서 과학.


며칠 뒤 썰과 함께 낙서 하나 올리겠음. 

메제탱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