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으로 건너뛰기

어쩌면, 무기의 시선에서 바라본 기록

현님이 써주신 디어뮈드 /미하리미치 유리 드림

올바른 인간, 인간의 선성. 태어나서부터 선을 지향하는 사람들의 본성. 그런 것을 듣는다면 확실히 대답하겠다. 웃기지 말라! 우스운 이야기로 사람을 현혹시키는 것에도 정도가 있다. 그들이 말하는 '선'이란 무엇인가? 지배자에 어울리지 않는 미덕. 인간을 지배하고 얌전하게 만드는 우스운 이야기. 우습다, 비웃어 마땅하다. 우리에게 '선'따위는 필요하지 않다. 필요하다면 인류악. 우리는 모든 것을 부정하고 인간의 죄악을 뒤집어 쓰고야 만 그를 기억하고─
그러나 우리는 끝까지 선을 동경하고 따르고야 만다.

자, 이곳에 인간의 가장 더러운 욕망과 가장 고귀한 목적이 있다. 신의 아들이 흘린 피를 받아들였다고 전해지는 성배. 그 성배를 닮아 마력을 품고 모든 소원을 이루어주겠다 사람을 유혹하는 죄악의 잔. 그것을 위해 뛰어든 일곱의 마술사, 일곱의 거대한 신비. 죽어 사라진 주제에 영령의 좌에 박제되어 마법에 의해 육체를 얻고 끌려나오는 자들. 이름하여,
'서번트'
미하리미치 유리는 그러한 마법의 산물을 제 아래에 사역하게 된 소녀였다. 성배전쟁에 참가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파멸을 위하여. 패배와 파멸. 악한 자들에게 징벌을. 능동적인 징벌이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내가 가능한 방법으로 그들을 벌하겠다. 가장 원하는 비원. 욕망. 마술사의 집안에서 대를 이어 바라는 것. '근원'에의 도달. 그렇다면, 그들이 택할 수 있는 가장 유리한 카드인 미하리미치 유리는 생각했다. 그녀가 패배하고야 만다면 그들은 그 어떤 수도 없이 그대로 파멸하고야 말 것이라고.
그들이 파멸한다면 저 자신은 지옥에 떨어져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미하리미치 유리는 그들의 더러운 모습을 몇 번이고 봐 온 것이다. 그녀에게 재능이 없다고 인간 이하의 취급을 하다가, 그녀가 재능이 있다고 판명나는 순간 우대하는 그 모습을. 어떻게 해도 사랑할 수 없다. 아니, 헛구역질이 나고 눈물이 울컥 솟아오를 정도로 혐오스럽다. 그 지저에 무엇이 있는가 알지 못한다. 사랑받고 싶었나? 아니면, 인정받고 싶었나? 그러나 때를 놓친 욕구는 재앙일 뿐이다. 그녀에게 있어서 뜻을 찾는건 중요하지 않았다. 파멸. 그녀 자신을 나락에 떨어뜨리더라도 그들에게 가장 확실한 파멸을.

그러나 저 자만은 아름답게 피어있는 그대로 두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야 만다.

'영령'의 영은 무슨 글자인가. '영웅'이라고 불리는 자들의 영과 같은 글자를 쓰는 것이다. 그들은 실로 영웅이다. 사람들에게 동경받고, 롤모델이 되고, 끊임없이 구전되고, 심지어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 억지력에 붙잡혀 '좌'에 박제되고야 만 자들이다. 그런 자들을 인간계에 불러낸다. 그들은 인간이기 때문에 생전에 이루지 못한 욕망이 있다. 그렇다면 만능기에 대고 그 욕망을 빌면 된다. 그런 계산아래서 그들은 현계하여 기꺼이 하찮은 마스터에게 사역되는 것이다. 미하리미치 유리도 다르지 않았다. 그녀는, 영령을 데려왔다. 창의 영령, '랜서. 진명은 그 이름높은 기사단의 1번창, '디어뮈드 오 디나.'
저주받은 미모와 사랑 이야기로 유명한 영령이었다.
미리 말하건데, 미하리미치 유리는 남자라는 족속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니, 이 얼마나 온화한 표현인가! 그녀는 말하건데 남자라는 족속을 모두 증오하였다. 이 세계에 필요하지 않다 생각하였고 기꺼이 죽일 수 있었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다. 진실이 어찌 되었든 상관없다.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은 단 하나. 여자를 홀려 저주받은 운명이라 칭해지는 랜서의 마스터는 남자를 진실로 증오하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이다.
이 얼마나 우스운 이야기인가!
디어뮈드 오 디나는 어느순간 생각한 것이다. 소환된 그 순간에, 바로 그 순간에, 그의 마스터가 여자인 것을 보고, 감히 불경스럽게도, 그가 옛날에 살아던 사람임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아아, 마스터조차 내게 반하면 내 충의는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하고 한탄한 것이다. 이 얼마나 우스운 이야기인가. 어쩌면 그는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는지도 모른다. 자만에 가득차서 여자라는 족속을 모두 우습게 보고 있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미하리미치 유리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디어뮈드 오 디나가 남자라는 사실에 절망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같이 남자를 증오할 영령이 필요하였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답은 없다. 이미 이루어진 소환, 이미 이루어진 계약. 그들은 서로에 대한 불신을 뿌리 깊숙이 품고는 숨길 것을 숨기지 않으며 비틀비틀 성배전쟁에 뛰어들었다. 합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일방적인 편견.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디어뮈드였다. 아아, 이 얼마나 긍지높고 어리석고 바보같은 자인가! 그는 결국 그의 주군이 저를 사랑하고야 말면 어쩌냐고 털어놓고야 만 것이다.
그 순간 유리가 지었던 표정을 당신들도 볼 수 있다면 좋을 터인데!
그녀는 진심으로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래서 남자라는 족속들은.' 하고 중얼거렸다. 디어뮈드는 어딘가 자존심이 상하는 것을 자각하였고, 그의 심장이 어딘가 무너지는 것을 자각하였고, 그러나. 결국 안도라는 거대한 감정으로 자신을 속이고 말았다. 혐오라면 그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그 환희에 그 자신의 상처는 처절하게 묻히고야 말았다. 디어뮈드와 유리는 그제야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저 군신관계. 그러나 한 순간의 환상. 그렇다면 그들은 끊임없이 어긋나야 정상이다. 그러나 운명의 여신은 그리 모질지 않은 법이지. 언어속에서 구성된 수많은 과거, 열쇠, 우리가 알아내지 못할 그 미묘한 모든 뉘앙스들. 그리고 그 긴 대화의 끝에 마스터와 서번트는, 주군과 신하는, 남자를 증오하는 소녀와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에 질려버린 남자는 합의점을 찾아내었다.
'사랑하지 않을 것.'
그 약속을 한 것을 죽도록 후회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디어뮈드 오 디나는 그 순간부터 패배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미하리미치 유리는 패배하기 위해 전쟁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디어뮈드의 소원은 이루어주겠다고 이야기했다. 간단한 이야기다. 그녀는 결국 '선'을 동경하고야 만 것이다. 디어뮈드 오 디나가 아무리 악에 가까운 일을 저질렀다고 할지라도, 그 기준이 유리에게서 한 없이 벗어나 있다고 이야기하더라도, 그는 영웅. 미하리미치 유리에게 있어서는 감히 법접할 수 없는 빛. 그녀는 디어뮈드 오 디나에게 승리를 쥐어주고 싶었다. 그렇기에 그 약조도, 유리가 먼저 깨야했다. 그래야 그녀의 패배니까.
그러나 애초에 어긋난 약속이었다는 사실을 그대는 아는가? 사랑하지 말 것. 자신을 사랑하는가 불안해 하던 그 일번창의 마음 속에 그 작은 소녀, 마스터에 대한 사랑이 가득 차 있었다는 사실을 그대는 아는가? 모르겠지! 모르니까 이 기록을 읽고 있는 것이 아닌가! 디어뮈드 오 디나는, 그녀가 저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어째서 그리 생각했는지 몰랐다. 그가 사랑을 하기에 가장 먼저 사랑이 떠오른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장미의 기사는 자신의 사랑을 깨닫는다. 아주 깊은 사랑을.
바야흐로 그의 마스터가 죽어가던 순간이었다.


----------------------------------

현님(@ATM_of_Camus)께서 써 주신 드림입니다-!!!!!!

아아 저 수려하고 멋진 글. 덕분에 망상이 자꾸 피어오릅니다. 현님 다시한번 감사합니다. 자꾸 자랑하고 싶어서 큰일이 났습니다 (현님이 글을 써주셨어-!!!!) 


본 글의 저작권은 현님(@ATM_of_Camus)께 있습니다. 게시 허가를 받고 올린 것이니 다른 곳의 포스팅을 금합니다





메제탱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

댓글